[뉴스레터][12월, 안부편지] 초겨울 밀 음식

밀식당에 차려졌던 음식을 소개합니다.
안부 ; 편안하게 잘 지내고 있는지 그렇지 아니한지에 대한 소식. 또는 인사로 그것을 전하거나 묻는 일.

안녕하세요, $%name%$회원님, 지난 10월, 9명의 조리사와 연구가들과 함께 열 한번의 밀식당을 차렸습니다. 밀식당은 곡물집과 내일의식탁이 국산 밀 소비가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든 프로젝트입니다. 금강밀, 백강밀, 고소밀, 앉은키밀 등 국산 밀의 다양한 품종을 알아보고, 국산 밀로 빵, 국수, 수제비, 만두, 막걸리, 팬케이크, 약과, 파스타를 만들고 맛보았습니다.

과거에는 귀해서 진가루라고 불렸던 밀가루가 지금은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재료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2020년 기준 국산 밀의 자급률이 얼마나 되는지 아시나요? 1%에도 못 미치는 0.8%입니다. 우리 식탁에 오르는 대부분의 밀가루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이번 안부편지에서는 소중한 가족, 친구 그리고 이웃과 나눌 수 있는 국산 밀 이야기와 음식법을 소개합니다. 이 편지로 사랑스럽고 다채로운 국산 밀을 알리고, 회원분들의 식탁 위 안녕을 기원합니다. 


― 내일의식탁 회원 소식 | 김민주 조리사
김민주 조리사는 궁중음식연구원을 수료한 미쉐린 그린 스타, 빕그루망 출신 조리사입니다. 이번 밀식당에서 '국수'를 주제로 참여했는데요, 규합총서, 음식디미방, 임원경제지 등 고조리서에 기록된 비빔국수를 소개했습니다. 어떤 취지로 밀식당에 참여하게 되었고, 국산 밀 소비 촉진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김민주 조리사의 인터뷰로 전해드려요.
Q. 평소에 국산 밀과 관련된 일이나 생활을 하시나요? 
음식을 만드는 조리사로서 밀가루와 꽤 밀접한 관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산 밀과는 서먹한 사이라 볼 수 있죠. 보통 한식집에서 전을 부치기 위해 쉽게 구할 수 있고, 값싼 수입 밀가루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Q. 밀식당 메뉴를 준비하면서 경험한 4종의 국산 밀 중 인상 깊은 밀은 무엇이었나요?
저는 백강밀이 인상에 남았습니다. 처음에는 금강밀과 스펠트밀로 난면을 제조하였는데 제가 생각한 식감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뚝뚝 끊기고 쫄깃함이 부족해 걱정했는데 백강밀을 섞어 배합하니 파스타와 비슷한 식감을 내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밀식당 고객은 어떤 분이었나요?
모든 분이 기억에 남지만 그중 젊은 남성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기후변화가 대두되는 현 상황에서 미래에 밀이 사라졌을 때 대안에 관한 질문이었습니다. 뉴스에서 요즘 밀가루 대체재로 ‘분질미 활성화 대책’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밀이 사라졌을 때 상황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질문을 통해 우리나라 농업 분야에 대해 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Q. 지속가능한 국산 밀을 생산하고 소비하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국산 밀을 활용하는 음식점들이 생기는 게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일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음식점에서 활용하려 해도 젊은 사람들은 수입 밀의 맛이나 식감에 익숙하고, 수입 밀에 적합한 음식을 더 선호합니다. 그래서 많은 조리사가 국산 밀로 우리나라 음식을 다채롭게 만들어야 하고, 농업 측면에서는 더 질 좋은 국산 밀이 생산되어 서로 시너지가 나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ㅡ 국산 밀, 어디까지 알고 계신가요? ㅡ
평소 밀로 만든 빵이나 국수, 만두, 파스타는 즐겨 먹지만 그 재료가 되는 밀을 제대로 보는 경험은 많지 않을거에요. 밀식당에서는 밀을 더 감각적으로 느끼길 바라는 마음으로 국산 밀 경험 워크숍이 진행되었습니다. 육종밀인 금강밀과 고소밀, 토종밀인 앉은키밀 3종류의 밀알과 밀가루를 차분히 들여다봅니다. 색상 · 경도 · 수분감을 관찰하며 느껴보고, 직접 반죽하여 만져보고 냄새도 맡아봅니다. 국산 밀 경험 워크숍이 밀에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길 바랍니다. 

1️⃣ 밀 관찰하기
- 밀알과 밀가루를 색상별로 분류
- 밀알을 깨물었을 때 경도 파악
- 손으로 만졌을 때 밀가루의 수분감 관찰

2️⃣ 밀가루 반죽하기
- 반죽하며 밀가루의 향, 색상별 차이, 끈기 관찰
ㅡ 밀식당에서 사용한 다섯 가지 국산 밀 품종 ㅡ
금강밀
현재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밀의 80% 정도가 금강밀로 추정된다. 국수, 특히 건면 특성이 우수하고, 제빵에도 적합하다.
앉은키밀
남해안 지역에서 이어오는 토종밀의 한 종류. 붉은색을 띠는 낟알은 크기가 작고, 찰기가 있다. 2013년 국제슬로푸드협회의 맛의 방주에 등재됐다.
고소밀
1998년 작물과학원에서 고분밀과 올밀을 인공 교배하여 육성된 품종이다. 단백질 함량이 낮아 과자용으로 적합하다.
아리흑밀
국내 최초 유색밀로 종자가 흑색이다. 식량과학원과 협약을 맺은 제품 생산자와 계약한 농가만 재배 가능하다. 피자도우, 제빵, 국수 등으로 제품화가 시도되고 있다.
백강밀
2005년 탑동밀과 클래식(Klasic) 품종을 교배하여 만든 품종이다. 단백질과 글루텐 함량이 높아 빵 가공 적성이 우수하다. 금강밀과 조경밀을 대체하는 밀로 보급되고 있다.
출처 / 농부시장 마르쉐@ 햇밀장

ㅡ 밀식당 차림표 ㅡ
열 한번의 밀식당에서 소개된 여러 음식법 중 가정에서 따라하기 좋을만한 음식 네 가지를 소개드립니다. 전체 밀식당의 밀 음식 이야기와 조리법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이벤트에 참여해보세요 :-)

크레이프(crêpe):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에서 유래된 프랑스식 팬케이크. 곡물가루에 달걀, 우유, 버터, 소금 등을 넣어 만드는 요리.
사용된 국산 밀 / 앉은키밀 
(앉은키밀은 고소하고 단맛이 좋아 생크림, 잼, 과일과 함께 디저트로 사용)
<반죽>
재료 : 앉은키밀 60g, 달걀 1개, 우유(또는 두유) 160g, 소금 약간, 식용유 1/2큰술
  • 볼에 식용유를 제외한 재료를 넣고 뭉친 가루가 없도록 잘 섞는다.
  •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른후 약한 불에서 반죽한 국자 떠서 얇게 편다.
  • 앞뒤로 1~2분씩 노릇하게 굽는다.

<토핑>
재료 : 생크림 1컵(200ml), 설탕 3큰술(20g), 파프리카잼, 허브
  • 생크림, 설탕을 넣고 단단한 크림이 될 때까지 젓는다.
  • 구운 크레이프에 생크림, 파프리카잼을 적당히 펴 바른 뒤 원하는 모양대로 돌돌 말거나 접어서 먹는다. (집에 있는 잼을 파프리카잼 대신 사용해도 좋아요 !)

* 파프리카잼 : 파프리카 200g, 물 1⁄2 컵, 설탕 50g, 올리고당 50g, 레몬즙 1큰술 (모든 재료를 넣고 곱게 간 후 중간 불에서 15분간 졸인다.)

* 갈레트(Galette): 메밀로 만들어 달지 않고 고소한 맛의 크레이프에 짭조름한 재료를 넣어 식사용으로 먹는 요리.
사용된 국산 밀 / 아리흑밀 
(메밀과 유사한 짙은 색상, 쌉싸래한 향, 묵직한 고소한 향이 갈레트와 잘 어울려 아리흑밀을 사용)
재료
<반죽> 아리흑밀 60g, 달걀 1개, 우유(또는 두유) 160g, 소금 약간
<채소 볶음> 채썬 채소 200g (단호박, 고구마, 양파, 당근, 버섯 등)
<그 외> 식용유 1큰술, 베이컨 크럼블 5큰술, 피자치즈 60g, 달걀 3~4개, 연근칩 약간, 루꼴라 약간
만드는 방법
  • 볼에 반죽 재료를 넣고 뭉친 가루가 없도록 잘 섞는다.
  • 달군 팬에 식용유 반 큰술을 두른 후 채소 볶음 재료를 넣고 중간불에서 5~6분간 노릇하게 볶는다.
  • 달군 팬에 남은 식용유 반 큰술을 두른 후 반죽을 한 국자 떠서 얇게 편다.
  • 약한 불에서 반죽이 살짝 익으면 가운데에 달걀 → 피자치즈 → 채소 볶음 → 베이컨 순으로 올린다.
  • 반죽을 사방으로 접어 네모 모양으로 만들고 치즈가 녹을 때까지 익힌 후 접시에 담는다. 기호에 따라 연근칩, 루꼴라 등으로 장식한다.

조리사 소개
장연희 조리사는 음식책 전문 출판사, 푸드테크 기업, 식품회사 등 다양한 곳에서 푸드 콘텐츠를 기획하고 메뉴를 개발했습니다. 현재는 우리나라 농작물의 가치에 대해 많은 분과 소통하고자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권태옥 농부가 직접 재배한 토종 앉은키밀로 어릴 적 엄마가 만들어준 방법인 주걱에서 뚝뚝 떼어 만든 수제비입니다.
사용된 국산 밀 / 앉은키밀
(앉은키밀은 수제비로 만들었을 때 식감이 쫄깃하고, 향이 구수함)
재료(2인분 기준)
앉은키 밀가루 250g, 물 100g, 멸치육수 600g, 간장 1T

만드는 방법
  • 밀가루에 물을 붓고 너무 되지만 않게 반죽 한다. 취향에 맞게 즉석에서 반죽한다.
  • 멸치육수에 큰 주걱으로 반죽한 밀가루를 젓가락으로 뚝뚝 집어넣는다.
  • 한소끔 끓인 후 수제비가 익어서 동동 떠오르면 마지막으로 1분 정도 뜸을 들인다.
  • 국간장으로 간을 한다.
조리사 소개
권태옥 농부는 농사를 지은 지 30년이 넘은 베테랑 농부입니다. 처음부터 유기농으로 농사짓고 다품종 생산을 고집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남들이 ‘안된다’했던 시절부터 유기농을 시작했습니다. 권태옥 농부는 똑같은 농사가 아닌 다양한 방식의 농사가, 다양한 종자가 어우러져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해초부븸국슈는 백강밀과 금강밀을 활용해 고조리서(규합총서, 정조지, 음식디미방 등)에 기록된 ‘난면법'으로 만든 국수입니다. 파스타면과 같은 면 반죽법이 조선시대에도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는 메뉴입니다.
사용된 국산 밀 / 백강밀, 금강밀
(두가지 밀을 적절한 비율로 섞어 사용하였을 때 반죽이 끊기지 않고 쫄깃하여 '난면법'에 적합함)
재료
(난면) 금강밀 175g, 백강밀 25g, 계란
100g, 볶은 천일염 1t, 현미유 1T

(비빔양념장) 된장 2T, 다시마물 1/3C, 설탕 2T, 청주 1T, 매실효소 1T, 조청 2T,
볶은 천일염 2t, 들기름 2.5T

(고명) 김가루, 톳, 꼬시래기, 깨소금, 쪽파

TIP. 다시마 : 물 = 1: 20 (냉장고에서 하루 정도 두었다가 사용한다.)
만드는 방법
  • 두 가지 밀가루를 고루 섞어 체 쳐서 준비한다.
  • 계란에 소금과 현미유를 넣고 잘 풀어준다.
  • 밀가루에 계란 물을 넣고 잘 반죽한 뒤 봉지에 넣고 냉장고에서 하루 숙성한다.
  • 숙성된 반죽을 얇게 밀고, 채 썰어 3분간 삶아 준 뒤 찬물에 헹궈 준비한다.
  • 톳, 꼬시래기는 데쳐 들기름과 소금으로 밑간해둔다.
  • 그릇에 삶아 준비한 면을 담고, 고명을 얹은 후 양념을 기호에 맞게 끼얹어 먹는다.
조리사 소개
김민주 조리사는 내일의식탁 회원이자 궁중음식연구원 교육을 수료한 조리사입니다. 이번 밀식당을 통해 국산 밀 종류별 맛 성질을 알게 되었고, 여러 시도 끝에 맛있는 식감의 난면을 재현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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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내일의식탁 정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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