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K-Fermentation Expedition

탐사 일지 (Field Log)[2026 한국 발효 탐사 : 첫 번째 기록] 꽃밥에피다, 흙의 마음을 담은 밥상

1. 좋은 음식이란 무엇인가

2015년, 한국 미식에 조용히 등장한 다른 방향

한국에서 ‘고급 외식’이라는 개념은 비교적 최근에 형성된 문화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의 파인 다이닝은 주로 호텔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발전했으며, 프렌치나 이탈리안과 같은 서양 요리 문법이 고급 외식의 기준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 트러플이나 캐비어 같은 수입 식재료, 정교한 플레이팅, 완벽한 서비스가 좋은 레스토랑의 중요한 기준이었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셰프 중심 레스토랑이 등장하며 서울의 미식 환경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한식 재료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도 이 시기부터 나타났다. 다만 당시만 해도 ‘로컬 식재료’나 ‘지속가능성’은 미식의 중심 담론이라기보다 일부 요리사와 생산자들이 관심을 갖는 영역에 가까웠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2015년 겨울, 서울 인사동 골목에서 문을 연 한 식당이 눈에 띄는 질문을 던졌다.

“좋은 음식이란 무엇인가?”

‘꽃밥에피다’는 화려한 요리 기술이나 고가의 식재료 대신, 흙과 농부, 그리고 자연의 순환을 중심에 둔 밥상을 제시했다. 제철 채소와 유기농 식재료, 전통 발효장을 기반으로 한 요리는 당시 한국 외식 문화에서 비교적 드문 방향이었다.

이 식당이 보여준 것은 새로운 요리 기법이라기보다 음식에 접근하는 다른 관점이었다.
한 끼의 식사가 단순한 미각 경험을 넘어 농업, 환경, 그리고 식재료의 생산 방식과 연결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나의 한 끼가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꽃밥에피다'는 맛의 쾌락만을 강조하는 미식의 흐름과는 조금 다른 방향을 제시했다. 흙을 살리는 농업, 제철 식재료, 그리고 발효라는 시간을 음식의 중심에 두는 방식이다. 이후 세계 미식계에서 중요하게 논의되기 시작한 ‘지속가능한 레스토랑’이라는 개념을 한국적 방식으로 보여준 사례 중 하나였다.



2. 미쉐린의 인정, 그리고 한식이 마주한 질문

'꽃밥에피다'는 이후 미쉐린 가이드로부터 ‘빕 구르망(Bib Gourmand)’과 ‘그린 스타(Green Star)’를 동시에 받으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특히 그린 스타는 지속가능한 식재료 사용과 환경적 실천을 평가하는 항목으로, 전통적인 농업과 발효 문화가 미식의 중요한 가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그러나 이 성취는 동시에 한 가지 질문을 남긴다.

현재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서 별을 받은 레스토랑의 상당수는 한국 식재료를 활용하지만 서양의 코스 요리 구조를 따르는 컨템퍼러리 레스토랑이다. 이는 세계 미식 평가 체계가 오랫동안 프랑스식 레스토랑 문화와 코스 요리 문법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역사와도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의 스시나 가이세키는 그 자체의 전통 구조로 세계 미식의 기준으로 인정받아 왔다. 반면 한식은 밥과 국, 나물과 장이 어우러지는 상차림 구조가 중심이기 때문에 이를 파인 다이닝의 코스 형식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이것이 반드시 한식의 한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식이 세계 미식의 언어 속에서 어떤 구조로 자신을 설명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가깝다.

한식의 핵심은 밥과 장, 발효와 제철 식재료, 그리고 다양한 나물 반찬이 이루는 조화에 있다. 이러한 구조를 현대적 레스토랑 환경에서 어떻게 설계하고 전달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앞으로 한국 미식이 풀어가야 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3. 제이슨 와이트와 발효의 언어

2월 18일 저녁, 한국 발효 문화를 탐사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제이슨 이냐시오 와이트(Jason Ignacio White)가 도착 후 처음 마주한 식탁도 이곳이었다.

제이슨 와이트는 덴마크 레스토랑 Noma의 발효 연구소에서 활동하며 발효가 요리와 자연을 연결하는 중요한 과정임을 연구해 온 인물이다. 그는 요리를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인간이 토양과 미생물, 식물과 관계를 맺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뉴멕시코에서 자생 식물을 채집하며 자연과 요리의 관계를 탐구해 온 그에게, '꽃밥에피다'가 보여준 제철 나물 문화와 전통 장을 중심으로 한 음식은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한국의 장 문화는 단순한 조미료가 아니라 콩과 미생물, 시간과 계절이 함께 만들어낸 발효 시스템이다. 이러한 발효의 논리는 세계 여러 미식 문화에서도 점점 중요한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4. 발효 탐사의 출발점

이 식탁은 한국 발효 탐사의 출발점으로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건강한 토양에서 자란 쌀과 콩, 그리고 미생물과 시간이 만들어낸 발효의 맛. 그 위에 농부와 요리사의 선택이 더해져 한 끼의 식사가 완성된다.

한국의 발효 음식은 단순히 오래된 전통이 아니라 농업, 미생물, 그리고 인간의 식문화가 연결된 하나의 생태계다.

제이슨 와이트와 내일의식탁이 시작한 <지속가능한 발효 탐사>는 이 생태계를 다시 바라보는 여정이다. 한국의 발효가 가진 깊이를 이해하고, 그것이 오늘의 미식과 어떤 방식으로 만날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알아두면 좋은 미식 지식

미쉐린 그린 스타(Michelin Green Star)

2020년 미쉐린 가이드가 새롭게 도입한 평가 지표로, 맛 뿐 아니라 레스토랑의 지속가능한 운영 방식을 평가한다.

주요 평가 요소는 다음과 같다.

  • 로컬 및 제철 식재료 사용

  • 친환경 농업과의 협력

  • 식품 폐기물 감소 노력

  • 환경을 고려한 레스토랑 운영

지속가능성을 실천하는 레스토랑에게 수여되는 상으로, 최근 세계 미식계에서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꽃밥에피다

꽃밥에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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